2026년 8월 말, 한국 정부의 보고서 작성에 쓰이는 AI와 도시 AI 서비스의 장애인 접근성을 주제로 글을 제안했다. 9월 초 돌아온 답은 두 제안 모두 비채택이었다. 나는 보낸 글을 다시 살피면서, 문장이 정돈돼 있다는 것과 이 사람이 쓸 만한 글이라는 것은 별개라는 점부터 고쳐 생각했다.
제안서가 내 글을 대신 설명하고 있었다
도시 AI와 접근성을 다룬 두 번째 제안은 의견을 싣는 글인 op-ed였다. 정책 이야기로 시작한 뒤 무엇을 주장할지, 왜 그 매체에 맞는지 길게 설명했고, 매체가 관심을 두는 주제어도 빠짐없이 넣었다. 정작 그 판단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사례가 글의 중심에 오지 못했다.
숫자를 넣은 대목도 다시 봤다. 수치가 정확해 보이더라도 무엇을 센 값인지, 어디에서 나왔는지, 내 주장과 어떻게 이어지는지 설명이 부족하면 독자는 판단하기 어렵다. 논지와 해법, 약력까지 갖춘 제안서였지만, 그 안에서 내가 직접 다뤄 본 문제는 잘 보이지 않았다.
고칠 것은 표현 몇 개보다 글을 준비하는 순서였다. 내가 책임지고 설명할 수 있는 사례와 자료를 먼저 놓고, 그 범위에서 어떤 글을 쓸 수 있는지 정하기로 했다. 취재 기사라면 누구에게 무엇을 물을 수 있는지부터 구체화하고, 의견문이라면 직접 살핀 사례에서 판단이 어떻게 나왔는지 보여 주는 식이다. 아직 확인하지 못한 일을 현장 장면이나 경험처럼 채워 넣을 수는 없다.
흩어진 작업을 독자가 읽을 수 있게
이와 함께 Woong Works에 작업을 모으기 시작했다. 논문과 도구의 이름만 나열하는 대신 어떤 문제를 다뤘고, 무엇을 만들거나 확인했으며, 어디까지 공개돼 있는지 설명할 글이 필요했다. 파일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처음 보는 사람이 그 작업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공공데이터에서 정정된 항목은 바뀐 내용과 확인 근거를 연결하고, 공개한 도구에는 사용 범위를 적으며, 중단한 실험에는 멈춘 판단을 남긴다. 각 작업에 맞는 자료를 고르고 설명하는 일이 이 사이트의 글쓰기가 됐다. 채택되지 않은 제안을 포트폴리오에 그대로 옮겨 놓기보다, 내가 실제로 해 온 일을 독자가 따라갈 수 있게 다시 쓰는 쪽으로 이어 간 것이다.
지금도 글을 읽고 나면 이름만 바꿔 다른 사람이 그대로 보낼 수 있을지를 살핀다. 내 작업을 설명하는 데 필요한 사실이 빠져 있다면 매끄러운 문장을 더하기 전에 그 부분부터 보완하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