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기록

PROJECT RECORD

두 권의 건강 안내서를 만들고 국립장애인도서관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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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설명서를 읽다가 ‘제품명’과 ‘성분명’에서 막혔을 때, 책 전체를 다시 읽지 않고 그 차이를 설명하는 부분으로 갈 수 있을까. 장애인 치과 진료 지원을 알아볼 때는 제도 설명뿐 아니라 담당 기관을 찾는 방법도 필요하다. 2026년 5월에 만든 두 권의 건강 안내서에서는 이런 정보를 찾는 순서를 잡는 데 힘을 썼다.

대학생 때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 입력 봉사를 하면서 문서의 구조를 생각하게 됐다. 눈으로는 제목과 표를 오가며 읽을 수 있지만, 내용을 음성으로 들을 때도 같은 흐름을 따라갈 수 있게 하려면 제목의 단계와 문장의 순서부터 정리해야 했다. 이번에는 식의약·한의약 정보와 장애인 구강의료 정보를 골라, 설명을 풀어 쓰는 일과 전자책 안에서 이동하는 구조를 함께 만들었다.

두 책 모두 한국어 비매품 전자책으로 발행해 PDF와 EPUB 파일을 마련했고, 국립장애인도서관에 기증했다. PDF 기준으로 식의약·한의약 안내서는 75쪽, 구강건강 안내서는 73쪽이다.

낯선 용어 다음에 무엇을 읽을지

먼저 쓴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쉬운 식의약·한의약 정보 접근 안내서》는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생약제제와 한방의약품 정보를 읽을 때 만나는 항목을 다룬다. 어려운 말을 전부 없애면 실제 설명서를 펼쳤을 때 다시 낯설어지기 때문에, 공식 용어를 남기고 바로 옆에 풀이를 붙였다.

예를 들어 의약품 설명서를 다룬 제2장에서는 제품명과 성분명을 구분하는 데서 시작해 효능·효과, 용법·용량, 주의사항을 차례로 설명한다. 용어 자체가 궁금하면 제7장으로, 전문가에게 무엇을 물어볼지 정리하려면 제6장과 부록 B의 상담용 질문 카드로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같은 책 안에서도 설명서를 읽는 사람과 질문을 준비하는 사람이 들어갈 곳을 다르게 둔 셈이다.

의약품안전나라와 식품안전나라 같은 공식 정보 경로도 따로 모았다. 책에 적힌 설명을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원래 정보를 다시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2026년 5월 1일 온결에서 발행했으며, 판권면의 ISBN은 979-11-999127-0-0이다.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쉬운 식의약·한의약 정보 접근 안내서 표지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쉬운 식의약·한의약 정보 접근 안내서》, PDF 75쪽.

치과 진료 지원은 제도와 찾는 방법을 함께

이어서 만든 《공공데이터로 본 장애인 구강건강 접근권 안내서》에서는 장애인 구강건강에 관한 공공자료에서 출발해 장애인구강진료센터와 치과 진료 지원 제도를 설명하고, 관련 정보를 직접 찾는 방법으로 이어 갔다.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나뉜 자료를 독자가 한 권 안에서 따라 읽도록 엮은 작업이다.

센터를 다룬 장과 의료급여·진료 지원을 다룬 장을 구분하면서, 뒤에는 공식 정보 경로와 기관 명단, 정책 용어 풀이를 배치했다. 기관 이름만 모아 놓으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알기 어렵고, 제도 설명만 있으면 다음에 어디서 확인해야 할지가 남는다. 나는 이 둘을 함께 읽을 수 있게 구성했다.

특정 병원이나 치료를 추천하거나 지원 여부를 대신 판정하는 책은 아니다. 두 안내서 모두 발행 당시의 공공정보를 읽고 전문가에게 질문을 준비하는 교육·안내용 자료로 범위를 정했으며, 진단과 처방은 다루지 않았다. 제도나 제품 정보는 바뀔 수 있으므로 최신 내용을 확인할 출처를 함께 남겼다. 구강건강 안내서의 발행일은 2026년 5월 6일이고, ISBN은 979-11-999127-1-7이다.

공공데이터로 본 장애인 구강건강 접근권 안내서 표지
《공공데이터로 본 장애인 구강건강 접근권 안내서》, PDF 73쪽.

글을 나누는 일에서 파일의 읽기 순서까지

화면의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 주는 스크린리더를 고려하면서, 표의 여러 칸을 오가야 이해되는 내용을 문장으로 풀고 각 장 끝에 핵심 정리를 뒀다. 그렇다고 문장을 짧게 나누는 것만으로 전자책 안에서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EPUB에는 장과 절을 구분하는 구조도 넣었다.

EPUB은 본문 파일과 목차, 읽는 순서 같은 정보를 한 묶음으로 담는 전자책 형식이다. 이 작업에서는 장마다 XHTML 본문 파일을 두고 장 제목은 h1, 그 안의 절 제목은 h2로 표시했다. 예컨대 ‘의약품 설명서 읽는 법’이라는 장 안에서 ‘제품명과 성분명 구분하기’를 별도의 절 제목으로 구분한 것이다. 제목을 크게 보이게 하는 것뿐 아니라, 파일 안에서도 제목이라는 역할을 갖도록 했다.

nav.xhtml에는 각 장으로 가는 목차 링크를, package.opf의 spine에는 파일을 읽는 순서를 넣었다. 두 EPUB 모두 언어를 한국어인 ko로 명시했고, 본문 스타일은 글자 크기를 상대 단위로 정하고 색상 지정을 최소화했다. 독자가 사용하는 읽기 환경에 맞춰 표시를 바꿀 여지를 남기려는 구성이다.

첫 번째 안내서의 본문은 장 제목 18개, 절 제목 133개, 본문 단락 1,160개로 나뉜다. 여기서 18개에는 제1–8장뿐 아니라 일러두기, 머리말, 부록 A–G와 맺음말이 포함된다. 이 구분을 따라 긴 원고를 장별 파일로 나누고 목차와 연결했다. 함께 만든 PDF는 지면 형태를 유지하지만 제목 구조를 전달하는 태그는 없어서, EPUB처럼 제목을 따라 탐색할 수 있는 파일로 보기는 어렵다.

자동검사와 기증 이후에 남은 확인

첫 번째 EPUB의 2026년 5월 12일 제작 메모에는 EPUBCheck 5.x의 오류와 경고가 각각 0건, axe-core 기반 검사의 위반도 0건으로 기록돼 있다. 색 대비 항목 65건은 당시 검사 환경에서 자동 판정할 수 없어 수동 검토 대상으로 남았다. 이 수치는 당시의 파일 검사 기록이며, 실제 독자가 자기 보조기기로 원하는 내용을 찾아 읽은 결과와는 나눠 봐야 한다.

두 책을 국립장애인도서관에 기증하고, 식의약·한의약 안내서는 5월 13일, 구강건강 안내서는 5월 15일자로 기증증명서를 받았다. 기증증명서는 도서관이 자료를 받았다는 기록이며, 책의 내용이나 접근성을 인증하는 문서는 아니다.

다음에 확인하고 싶은 것은 목차에서 필요한 항목을 찾다가 어디서 멈추는지, 용어 풀이를 읽은 뒤에도 어떤 질문이 남는지다. 책과 파일을 완성해 전달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실제 독자가 읽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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